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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사회규범(Social Norm)에 미치는 영향

Law and Norms: Empirical Evidence

by Tom Lane, Daniele Nosenzo, and Silvia Sonderegger (AER, 2023)

내가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종교, 관습, 도덕과 같은 사회 규범이 먼저 있고,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져서 법을 만드는 거라면, 일반적으로는 사회규범이 법의 근거가 될 거란 생각을 막연히 했다. 위 연구는 그 반대의 인과관계—법이 사회규범을 형성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다.

여러 결과를 제시했지만(, 사실 나머지는 주장의 강건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고,) 주요 스토리는 이렇다.

만약 “혈중알콜농도(BAC) 0.002%인 상태로 운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적절한가?”라고 물어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답하는 비율과, “BAC 0.004%인 상태로 운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적절한가?”라고 물어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답하는 비율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아마 아주 크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소주 한잔 마시면 0.03%정도가 된다고 하니, 저건 거의 측정오차 정도임.) 그럼 이건 어떨까? “BAC 0.029%인 상태로 운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부적절하다’고 답하는 비율과, “BAC 0.031%인 상태로 운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부적절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음주운전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외부효과의 크기는 거의 동일할 거니까, 차이가 나더라도 0.002%와 0.004%에 대한 응답 차이처럼 나야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나라의 법이 0.03%부터 처벌을 시작하면, ‘부적절하다’고 답하는 비율의 점프가 법의 기준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주요 관측이다. 이는 (애초에 만들어진 것처럼 법이 사회규범을 반영해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법이 Social Norm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시사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다른 것들(sexual activity with minors, sale of alcohol to minors, undeclared cash imports into a country, and speeding)도 봤다.

다만 여기서는 Vignette experiment라고 해서, ‘당신이 이러이러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구체적 상황을 제시해서 응답을 하게 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모았고, 이 응답이 incentive compatible하게 만들기 위해 금전적 보상으로 유인구조를 설계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사람들의 생각을 report하게 하는 데, 엄밀한 전략을 쓰는 것이 좋은것인가, 아니면 그냥 잘 생각하고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은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좀 있는데, 관련해서 참고할 수 있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