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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뚫리면 다 잘 살 줄 알았지… 환경은 빼고

Rural Roads, Farm Labor Exits, and Crop Fires by Teevrat Garg, Maulik Jagnani, and Hemant K. Pullabhotla (AEJ: EP, 2024)

Even as policymakers seek to encourage economic development by addressing misallocation due to frictions in labor markets, the associated production externalities—such as air pollution—remain unexplored. Using a 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we show access to rural roads increases agricultural fires and particulate emissions. Farm labor exits are a likely mechanism: rural roads cause movement of workers out of agriculture and induce farmers to use fire—a labor-saving but polluting technology—to clear agricultural residue or to make harvesting less labor-intensive. Overall, the adoption of fires due to rural roads increases infant mortality rates by 5.5 percent in downwind locations.

개발경제학의 아주 고전적인 믿음이 있다. 농촌에 인프라(도로)를 깔아주면, 노동 시장의 마찰이 줄어들고 농업에 묶여 있던 잉여 인력이 비농업 부문으로 이동하며 경제 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도 이 교과서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인구 500명 또는 1,000명을 기준으로 미연결 마을에 포장도로를 놔주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PMGSY)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그 발전 이론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환경 외부효과(Production externalities)’를 살펴봤다. 저자들은 인구수 기준을 활용한 Regression Discontinuity를 통해 도로가 뚫린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과적으로 추적했다.

노동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 ‘불’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 농촌의 미시경제적 환경은 아주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 중에 예기치 못한 외부효과가 발생된다.

  1. 도로가 뚫리자 농업 노동자들은 비농업 부문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뜬다.
  2. 잉여 노동력이 빠져나가니 자연스럽게 마을의 농업 임금이 상승한다.
  3. 인건비 상승이라는 ‘비용 충격’에 직면한 농부들은, 다음 파종을 위해 밭의 잔여물을 단기간에 치우거나(쌀) 수확을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사탕수수), 비싼 노동력을 대체할 수단을 찾는다.
  4.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가장 가성비 좋은 노동 대체 기술은 다름 아닌 ‘불(Fire)’이었다.

그래서, 마을에 새로운 도로가 연결되면 연간 농업 화재 발생 건수는 60%(약 1.6건)나 증가했고, 그 동네의 연간 미세먼지(PM2.5) 농도도 1.1% 올라갔다. 이는 주로 쌀이나 사탕수수를 재배하면서 애초에 농업 임금이 낮았던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 환경 외부효과가 미친 피해를 관측하기 위해 저자들은 바람의 방향을 이용했는데, 도로 건설로 농업 화재가 늘어난 마을을 기준으로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downwind) 50km 이내에 있는 이웃 마을들의 영아 사망률이 무려 5.5%나 올라갔다. 바람 방향과 무관한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관찰되지 않았다.


내 생각

경제 정책이 ‘노동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사적 생산성 최적화에만 꽂혀 있을 때 생기는 외부효과를 잘 확인한 연구다. 빈곤을 퇴치하겠다고 뚫어준 길이 도리어 환경의 질을 훼손하고 인접 지역의 아이들을 죽이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실의 경제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 얄궂게 얽혀 있는지 방증한다.

1저자가 나랑 같은 해에 같은 학교에서 박사 받은 (완벽히 같은전공은 아니라 친구는 아닌) 사람인데, 이름 보니 반갑다. 아주 잘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