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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자를 잘한다는 정신승리를 위해 손해보는 주식을 오래쥐고 있음

Disposed to Be Overconfident

by Katrin Gödker, Terrance Odean, and Paul Smeets. (CESifo Working Paper No. 10357)

이번학기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논문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발표된 시점으로 포스팅 날짜를 적었고 (가령, 5월 1일에 발표된 연구를 실제로 5월 20일에 포스팅하더라도 5월 1일을 포스팅 날짜로 기록함), 아주 빠르게 최신 논문을 읽고 따라가는 중에는 그게 큰 왜곡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너무 밀려서 그럴 수 없으니 포스팅 날짜=실제 블로그 작성일 이다.

블로그 포스팅이 생경해지지 않게 뭐라도 쓰자는 마음이었는데, 재밌는 페이퍼를 찾아서 글 올린다. 연구 결과를 한줄 요약하면, 사람들은 실제 포트폴리오 수익률보다, 실현수익을 바탕으로 자신의 투자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disposition effect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Disposition effect는 간단하게 말해서, 이득을 보고 있는 주식의 보유기간보다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의 보유기간이 훨씬 더 길다는 것을 정리한 관찰이다. 언급하는 워킹 페이퍼의 공저자 중 한 명인 Terrance Odean이 1998년에 발표한 관찰인데, 이견이 있지만 이 연구가 Behavioral finance의 시작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disposition effect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아주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손해 구간에 ‘존버’를 하고, 아주 잠깐 이득이 생기는 구간에 털어서 팔아버리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현상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고, 이를 최적의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투자자를 고려한 모형을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반토막 된 주식을 20년간 보유하다가 본전이 되었을 때 되팔고, ‘익절’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반토막된 주식을 20년 전에 손절하고, 그 돈을 5%수익을 주는 인덱스펀드나 채권에 넣었으면 15년 이내에 ‘익절’구간에 들어온다는 걸 감안하지 않는다.) 그래서 Behavioral economics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하는 연구들이 종종 있었다. Alex Imas의 2016년 AER 연구(“Realization Effect: Risk-Taking After Realized versus Paper Outcomes,”)나, Nick Barberis의 2012년 JFE 연구(“Realization Utility”)가 그런 예이다. 둘 다, 사람들이 이익 혹은 손해를 ‘실현’하였을 때 효용을 얻기 때문에, 투자의사결정은 수익의 실현여부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을 했다.

언급한 위 워킹페이퍼도 유사한 주장을 한다. 약간 다른 건, 사람들이 스스로의 투자 능력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포트폴리오 수익률보다는 실현한 이익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는 거다. 그러니, 의식의 흐름은, ‘나는 내가 투자를 잘한다고 믿어’->’내가 투자를 얼마나 잘하냐고?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도) 내가 지금까지 실현한 이익을 봐봐. 얼마나 이익을 많이 얻었어’->’손해보는 주식을 무조건 보유하고, 이익이 난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실현한다. 이게 내 높은 투자능력을 유지하는 방법이지’ 가 된다는 거다.

단순한 페이펀데, 다른 연구들과 연관도 많고, 살짝 다른 점도 잘 부각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Odean이라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름을 다시 보니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