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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랑 비교하는 건 (개인적인 손해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손해임

Keeping up with “The Joneses”: reference dependent choice with social comparisons

by Alastair Langtry (AEJ: Micro, 2023)

변명이 길다만, 요새는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이 내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서, 블로그 포스팅이 없었다. 작년 8월에 출판된 논문을 훑어보고 있는데, 초록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게다가 용어들도 너무 낮익은—페이퍼가 AEJ Micro에 나왔길래 읽어봤다. 지도교수였던 Robert Frank의 페이퍼를 여러 개 인용하고, 새로운 관찰을 추가한 연구였다. (박사과정 마치는 학생인 것 같은데 너무 훌륭해 보임.)

내용은, 남들이랑 비교하는 환경에 꽤나 많이 노출되는 한국인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얘기다. (기회가 닿으면 길게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인종 구성이 매우 단조롭고, 물리적인 거리가 남들과 가까운 한국같은 곳에서는 비교가 상대적으로 쉽다. 비교의 기준이 명확하고, 비교를 할 때 필요한 정보의 획득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넷플릭스 쇼 오징어게임을 상기해보면, 별 볼일 없는 주인공과 쌍문동에서 낳은 최고의 인재이자 서울대 경영대를 수석졸업한 사람이 동네에서 절친하게 지낸다는 것 자체가 외국사람들 기준으로는 신박한 설정이다. 물론 우리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무수히 많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설정이지만… 잡설 끝)

  • 사회적 비교를 통해 기준점(reference points)이 정해지는 경우, 소수의 사람들이 소비를 늘려도 모두의 welfare는 떨어지게 된다. (왜그러냐면, 나는 가만히 있어도 남이 소비를 늘리면, 기준점이 올라가고, 나의 효용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적 위치에 대한 부정적 외부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효과는 positional external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 그러니, 한계소비의 비용이 높아지면, 즉 소비를 더 하려고 할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이 더 비싸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welfare가 올라갈 수 있다. (위의 부연설명을 이어서 하자면, positional externality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여 Pigouvian corrective tax를 매기면, 사회 전체의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사회적 비교를 통해 기준점이 생기면, 노동시장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작은 연못에 큰 물고기”(우리 표현으로는 ‘닭의 머리’)가 되는 것이 큰 연못에 적당히 큰 물고기(우리 표현으로는 ‘용의 허리?’)가 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지만,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학생이 잘 정리한 논문이라 좋았다. 하지만 Bob Frank가 읽어보면, “이거 내가 한 얘기 다시 한 건데?”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