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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일어난 투표 사기

Vote Early and Vote Often? Detecting Electoral Fraud from the Timing of 19th Century Elections

by Francesco Ferlenga and Brian G. Knight (NBER WP.30393)

2020년에(는 떠들썩했으나 지금은 누가 신경쓰나 싶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대한 각종 음모론이 있었다. 사전투표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득표율이 괜찮았는데, 본투표에서 많이 뒤집어져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가는 압승을 하게 되었고, 이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큰 차이를 믿을 수 없다며 각종 의혹으로 부정투표를 주장하는 거였는데, 자세한 건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 읽어볼 수 있을테니 더 설명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 얘기를 왜 먼저 꺼내냐면, 음모론에 학계 사람들도 involve된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Walter Mebene이라는 미시간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한국 선거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한국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fraud”라고 주장하는 워킹페이퍼를 썼고 (지금은 워킹페이퍼 자체가 홈페이지에서 지워짐, 나도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그가 제시한 방법론도 읽어봤는데 문제가 있음), 그의 모형 상에서의 anomaly를 의미한 “fraud”를 “부정투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게 맞는 해석이 아닐 뿐더러 Mebene의 주장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는 학계 사람들의 싸움 덕에 꽤나 시끄러웠다.

항상 투표 결과가 나오면, 그 반대의 결과를 강하게 믿는 쪽에서는 인지와 결과의 부조화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중 일부는 결과를 의심하는 쪽으로 부조화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투표의 부정을 확인하는 것은 학계에서도 관심이 많다. 위 NBER워킹페이퍼는 19세기 미국에서 연방선거를 같은 날(11월의 첫 번째 월요일 다음에 오는 화요일, 1T1M이라 부름)에 시행하도록 하는 정책이 주별로 다른 시점에 집행된 것에 착안해서, 인접한 주를 돌아다니며 중복 투표를 하는 무리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확인했다. 그 전까지는 같은 날 선거를 하지 않았으면, 예를 들면 뉴욕주에서 투표하고, 빨리 말을 달려서 뉴저지에서 투표하고, 또 펜실베니아에서 투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의 교통수단으로는 같은 날 선거를 하면 중복 투표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거니까, 1T1M의 적용 이후에 인접 주에 비해 투표 참여자 수가 적어진다면 그 적어진 수만큼이 (다른 것들을 통제했다고 했을 때) 중복투표자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관측된 데이터가 이 스토리를 지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정투표 가능성이 덜한) 비밀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카운티보다 아직 비밀투표를 도입하지 않는 카운티에서, 또 인구수가 많은 카운티보다 (상대적으로 결과를 호도하기 좋은) 인구수가 적은 카운티에서 투표참여자 수가 더 크게 떨어진다는 걸 확인했다.

좋은 관찰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