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책 리뷰: 인센티브의 배신, Ury Gneezy의 『Mixed Signals』
엉뚱한 결과를 낳는 인센티브의 비밀
UCSD의 행동경제학자 유리 그니지(Uri Gneezy) 교수의 신간 『Mixed Signals』를 읽었다. 특정 학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배포된 이 책은 여러 파트와 수많은 챕터로 나뉘어 있어 내용이 꽤 방대하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가 사람들에게 어떤 엇갈린 신호를 주고 부작용을 낳는지”에 대한 방대한 사례집이다.
서론: 인센티브가 내면의 신호와 충돌할 때
잘 설계된 인센티브는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때로는 내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회적 신호(Social Signals)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아 신호(Self Signals)와 정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
- 사례: 추운 겨울 눈발을 뚫고 캔을 분리수거하는 사람은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는 자부심(Self Signal)을 느낀다. 하지만 캔 하나당 5센트씩 돈을 준다면? 이타적인 행동이 졸지에 ‘잔돈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Social Signal 훼손) 오히려 분리수거율이 떨어질 수 있다.
Part 1. 신호(Signaling)는 어떻게 시장에서 승리하는가
- Ch 1: 비용이 많이 드는 신호(예: 문신, 어려운 학위 취득, 특수부대 복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신뢰성 있게 증명한다.
- Ch 2: 잘 알아볼 수 있는 명확한 신호가 유리하다. 토요타 프리우스의 독특한 외관은 ‘나는 환경을 신경 쓴다’는 신호를 남들에게 보내려는 수요를 정확히 짚어냈다.
- Ch 3: 사회적 신호와 자아 신호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선의를 망치기도 한다.
- 헌혈자에게 돈을 주면, 순수한 의도의 자발적 헌혈자를 쫓아내고 돈이 급한 사람들의 헌혈을 늘려 혈액의 질이 저하된다.
Part 2. 혼합 신호(Mixed Signals)를 피하라
- Ch 4. 지표의 함정: 다면적인 작업에서 한 가지 지표로만 보상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 철도의 ‘길이’로 보상하면 꼬불꼬불하고 비효율적인 철도를 만든다.
- 유적의 ‘파편 수’로 보상하면 멀쩡한 유적을 조각내서 보고한다.
- 버스 기사에게 ‘운전 시간’으로 보상하면 차가 막힐 때 우회하려는 노력을 안 하고, ‘승객 수’로 보상하면 무리하게 과속하다 사고가 난다.
- Ch 5. 행위별 수가제의 부작용: 병원에서 의료 행위 건수당 비용을 청구(Fee-for-service)하게 하면 과잉 진료가 발생한다. 혁신을 장려하면서 실패에 패널티를 주는 조직 문화도 전형적인 혼합 신호다. 실패할 프로젝트를 조기 종료하는 용기에 보상하는 것이 낫다.
- Ch 6~7. 장기 목표와 단기 보상의 괴리: 교사들에게 학생의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주면 창의적 교육이 사라진다. 팀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개인의 실적에 보상하는 것도 팀워크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Part 3. 인센티브가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
- Ch 8. 잘못된 인센티브의 흑역사:
- 어린이집 지각 벌금: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푼돈의 벌금을 매겼더니, 부모들은 이를 ‘추가 보육 시간 구매 비용’으로 여겨 지각이 오히려 늘었다.
- 코브라 효과: 하노이에서 쥐를 잡기 위해 쥐 꼬리당 포상금을 주었더니, 꼬리만 자르고 쥐를 살려주거나 아예 쥐를 사육하는 일이 발생했다.
- 이상한 세금 회피: 창문 개수대로 세금을 매기자 창문을 벽돌로 막아버렸고, 지붕 모양으로 세금을 매기자 독특한 원뿔형 지붕(트룰리)이 탄생했다.
- Ch 9.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활용: 돈은 똑같은 돈이지만 마음속 장부가 다르다. 비싼 집을 살 때 “수수료 450달러 할인”은 감흥이 없지만, “홈디포(인테리어 샵) 선불카드 450달러 증정”은 큰 호응을 얻는다.
- Ch 10. 후회 회피(Regret Aversion): 네덜란드의 ‘우편번호 로또’는 특정 우편번호에 사는 로또 구매자 전원에게 상금을 준다. “내가 안 샀는데 우리 동네가 당첨되면 어떡하지?”라는 강력한 후회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 Ch 11~12. 친사회적 보상과 어워드: 금전적 보상 액수가 작을 때는 차라리 그 돈을 기부하게 하는 등 친사회적 유인을 제공하거나, 명예로운 어워드(상)를 주는 것이 낫다.
Part 4. 문제를 진단하는 도구로서의 인센티브
인센티브는 행동 변화뿐만 아니라 현재 시스템의 문제를 파악하는 ‘진단 키트’로도 쓰인다.
- Ch 13. PISA 점수의 비밀: 미국 고등학생들의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점수가 낮은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험을 잘 볼 금전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보상을 걸자 미국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
- Ch 15. 퇴사 보너스(Pay to Quit): 사직하면 보너스를 주겠다는 제안은 동기가 없는 직원을 걸러내는 좋은 도구다. 이 제안을 거절하고 남은 직원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Self-signaling)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
Part 5~6. 긍정적 행동 변화와 문화 바꾸기
- Ch 17~20. 행동 변화를 위한 넛지: 운동을 오면 보상을 주는 제도는 초기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하기 싫은 일(운동)과 하고 싶은 일(오디오북 청취)을 묶는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도 효과적이다.
- Ch 21~24. 마사이족 사자 사냥 막기: 아프리카 마사이족은 남자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사자를 사냥했다. 사자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사자에게 잃은 가축을 보상해 주고, 사자 사냥 대신 ‘사자 보호대(Simba Scout)’로 활동하는 것을 새로운 남성성의 상징(Cultural Shift)으로 만들어 냈다.
Part 7. 협상 테이블에서의 인센티브
- Ch 25~28: 앵커링 효과(기준점 설정), 대조 효과(나쁜 것을 먼저 보여주어 다음 것을 좋아 보이게 함), 높은 가격을 통한 품질 신호 전달 등 행동경제학 이론을 협상에 활용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내 생각
각 챕터가 짧게 나뉘어 있어 읽기 편했다. 하지만 인센티브의 엇나간 부작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파트별로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아마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행동경제학의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줄 때 훌륭한 레퍼런스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다시 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