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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법칙과 사람 랜덤하게 뽑기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상이다. 기발한 혹은 괴짜같은 연구들이 매 해 수상하는데, 속된 표현으로, 등신같지만 멋진 연구… 들이 수상을 많이 한다.

2022년 이그노벨 경제학상은 생각보다 웃기지 않고, 내 기준으로는 너무 좋은 연구이다. 그리고 내 지도교수의 평생의 연구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거라 기록한다. 수상 기록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음.

Talent vs. Luck: The Role of Randomness in Success and Failure

by Alessandro Pluchino, Alessio Emanuele Biondo, and Andrea Rapisarda. (Advances in Complex Systems, 2018).

논문의 Abstract는 너무 길어서, 그냥 수상 근거만 가져오면 “for explaining, mathematically, why success most often goes not to the most talented people, but instead to the luckiest.”이다. 성공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운이 좋은 사람에게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수학적으로 보였다는 거다. 그런데 이 주장이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데, 내 지도교수 중 한 분인 Bob Frank의 Success and Luck책에 이미 심플한 예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위 수상 논문에도 저 책은 인용되어 있음.)

생각해보면, “최종 승자는 운이 정한다.”는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되었다. “운칠기삼”이나 “진인사대천명”같은 표현을 생각해보면, “운”이나 “천명”이 최종 결과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압도적인 수입을 얻는 1등과 그렇지 않은 2등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실제 평가가 1등에게 압도적이지는 않아 보이는 사례를 보고한 연구들도 무수히 많다. 위 연구가 이그노벨상에 나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가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불리한 조건을 모두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푸쉬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세 수상자 중 두 명은 2010년에도 이그노벨상을 받았는데, 그때는 승진을 랜덤하게 시키면 조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보인 공헌으로 받았다. 그때의 연구는 다음과 같다.

The Peter principle revisited: A computational study

by Alessandro Pluchino, Andrea Rapisarda, and Cesare Garofalo (Physica A, 2010)

이 페이퍼 역시 Abstract가 너무 길어서 가져오진 않고, 재미있는 Peter principle만 소개하고 설명을 붙여 마무리하려 한다.

Peter principle은 캐나다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의 “조직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무능함이 극대화 되는 수준까지 승진한다.” (“Every new member in a hierarchical organization climbs the hierarchy until he/she reaches his/her level of maximum incompetence.”)는 표현에서 나온 말이다. 위계질서가 있는 집단(예, 회사)에서, 승진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승진 전 단계에서 훌륭한 업무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전 단계에서 업무역량이 뛰어나면 승진을 하고, 그 다음에 새로운 업무와 역할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면 승진을 하는데, 결국 승진한 지점에서 능력이 부족하면, 더 승진을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를 것이다. 개인의 역량으로 보면, 이미 승진을 했다는 것이 reveal하듯이 다른 업무에는 능력이 지금 승진을 멈춘 시점에서의 능력보다 좋았다는 점에서, “개인의 무능함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승진을 멈추는 것”이 적절한 묘사일 수 있다.

위에 2010년 이그노벨상 수상 연구는, 위의 Peter principle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승진구조를 고려했을 때 최종적인 state가 ineffeciency가 클 수 있으니, 랜덤으로 승진을 시키면 더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