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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부담과 역선택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AEJ:EP)는 정책적 개입이 시장에 미치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실증적 결과를 건조하게 조명하는 연구를 자주 다룬다. 2019년 4월 호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의료 보험 시장에서 발생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현실을 짚어본다.

1. 오바마케어(ACA) 시장의 역선택: 보험료 1달러의 착시

Adverse Selection in ACA Exchange Markets: Evidence from Colorado by Matthew Panhans (AEJ:EP, 2019)

보험 시장의 역선택은 평균적인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때, 실제로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은 평균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비 지출 기대값이 높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논문은 콜로라도주의 오바마케어(ACA) 시행 초기 데이터를 통해, 새로 보험을 얻게 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저자는 “2014년(시행 첫해) 매월 1달러의 보험료를 더 낼 의향이 있는 가입자는 연간 0.85~0.95달러의 추가 의료비를 지출했으나, 2015년에는 그 효과가 약해졌다”고 보고한다.

다만, 수치 제시의 단위가 일관되지 않아 착시를 유발한다. 월간 보험료 1달러 증가를 연간 의료비 지출 0.9달러 증가와 비교하는 것은 직관적이지 않다. 단위를 맞추면 ‘연간 12달러를 더 낼 때 의료비 지출이 0.9달러 증가’한다는 의미이므로, 실제 역선택의 규모는 서술된 뉘앙스만큼 크지 않다. 또한, 시행 첫해의 지출 증가는 순수한 역선택이라기보다 무보험 상태에서 미뤄두었던 치료 수요(Pent-up demand)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 2차 보험(Medigap)이 유발하는 도덕적 해이

Externalities and Taxation of Supplemental Insurance: A Study of Medicare and Medigap by Marika Cabral and Neale Mahoney (AEJ:EP, 2019)

일반적으로 병원 방문 시 환자 본인부담금(Copay)을 부과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을 억제하여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러나 본인부담금을 보장해 주는 2차 보험(Medigap)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억제 효과는 무력화된다.

이 논문은 2차 보험 가입자들의 의료비 지출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크다는 점을 실증했다. 본인부담금이라는 비용 통제 장치가 사라진 결과다.

내 생각

두 논문 모두 보건경제학의 핵심 주제인 ‘정보의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비용을 다룬다. 2차 보험 가입자의 지출이 큰 현상 역시 실증적으로는 도덕적 해이로 해석되었으나 역선택의 관점에서 볼 여지도 존재한다. 2차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여 스스로 가입을 선택한 집단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보장 확대가 지출을 늘린 것인지, 지출이 많을 사람들이 보장을 늘린 것인지 그 인과관계를 완벽히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존재하는 한, 합리적인 가입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비용을 청구하며 그에 따른 경제학적 청구서는 어김없이 발생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