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논의
안심소득? 기본소득?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에스더 듀플로가 나와서 기본소득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음. 나중에 공부할 수 있을 수 있기도 하고, 친구들이 “기본소득을 도대체 왜 고려하는 거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기록용으로 짧게 요약하고자 함. 영어로 된 연설인데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더빙되는 걸 들으면서 적는 거라 틀리게 적은 것도 있을 수 있음. (생각보다 굉장히 어색해서 잘 이해가 안됐음) 더 잘 정리하는 건, 나중에 필요하면 한다는 마음으로 대충 적음.
용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정리가 필요한데, 여기 요약에서는
- 기본소득: 모든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제공하는 lump sum trans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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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 (간단한 기준으로 구분된) 사회보장이 필요한 계층에게 제공하는 lump sum transfer 라고 생각하면 됨.
- 산업로봇과 자동화가 숙련 반복작업을 대체하여 직업의 양극화(job polarization)이 생긴 것은 이미 90년대부터 2010년 정도까지 잘 정리되었음. (생성형 인공지능이 반복작업이 아닌 숙련작업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보완할 것인가의 대한 논의는 시작 단계이고 합의된 예측이 아직은 없음.)
- 이 산업로봇과 자동화가 중위소득 수준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향은, 원래부터 심해지고 있었던 소득불균형의 정도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음.
- 미국의 경우 지난 대선 출마자였던 Andrew Yang이 아주 열심히 홍보하였기 때문에 UBI (Universal Basic Income, 이하 기본소득)라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음. 이름은 다르지만 각 나라에서 여러 종류의 기본소득을 고려하고 있고, 일부 나라는 정책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분석하고 있음. 서울의 안심소득은 “Universal”하지는 않지만,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을 시도하는 국제적 노력과 궤를 같이 함.
- 기본소득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 자선이 아님.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사회 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지원을 받을 요건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보장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상당함.
- 사회보장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여러가지임. 정보 불균형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는데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모름), 보장을 받을 때 뇌물과 같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거라는 잘못된 생각, 지원 과정을 처리할 능력의 부족 같은 건 지원을 받는 사람 쪽의 이유이고, 불필요하게 복잡한 지원과정, 가난한 사람들을 불신하는 정서, 사회보장을 받았을 때의 낙인효과 등이 외부적 이유일 수 있음.
- 기본소득이 위에 언급한 사회적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임. 물론 이게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만능치료제는 아님.
- 한국의 경우 데이터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투명하게 지원할 수 있음.
- 기본소득을 줬더니 생긴 일: 투자 효과가 생김. 발육부진 아이들이 줄어들고, 교육 안받던 애들이 학교를 가게 됨. 자영업 투자가 늘어남. 그래서 정신건강도 증진함.
- 현물지원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소득지원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였음.
-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돈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는 근거는 없음. 그리고 다른 사회보장정책보다는 노동소득이 늘어난다고 (지원받는 구간 안에 있는 경우) 지원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자산을 축적할 가능성이 열려있고, 이 때문에 노동공급의 유인이 있음. 일부의 경우 기본소득의 투자효과를 통해서 일을 더 많이 하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관찰도 있음.
- 실직에 대한 상실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 실직을 상쇄할 생각을 하면 안됨.
(그리고 김현철 교수님이 10분 토론 하셨는데, 왜 UBI를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 중 하나로 “인생의 팔할이 운”이라는 걸 강조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