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분 소요

정교한 설계 속에 가려진 설문 실험의 과장

Home Price Expectations and Spending: Evidence from a Field Experiment

by Felix Chopra, Christopher Roth, and Johannes Wohlfart (American Economic Review, 2025)

We conduct a field experiment with US households to study how expectations about long-run home price growth shape spending decisions. We exogenously vary survey respondents’ expectations by providing different expert forecasts. Homeowners’ spending, measured using rich home-scanner data, is inelastic to home price expectations. By contrast, renters reduce their spending when expecting higher home price growth. These patterns reflect positive wealth effects for owners from higher future wealth and negative income effects for both groups due to higher future housing costs. Our study highlights consequences of asset price growth and long-term expectations about the economy for household behavior.

최근 경제학계, 특히 AER 같은 탑 저널에서 열광하는 전형적인 포맷의 논문이다. ‘설문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대를 변화시키고, 그걸 실제 소비지출 데이터(NielsenIQ)와 결합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방식이다. (설문 참여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다른 정보를 제공하니 방법론상 RCT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로 뛰는 RCT 연구자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결론은 심플하다.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거짓말은 아니지만, 과도한) 전문가 예측을 들려주었더니, 집 없는 세입자들이 미래 주거비 부담을 느껴 소비를 무려 7.1%나 줄였다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세련돼 보이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이게 정말 현실적인가?” 싶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1. 정보 제공인가, 심리적 압박인가? (Demand Effect)

이 논문에서 쓰인 처치는 ‘전문가의 집값 상승 예측치’를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가 집값이 6%나 오를 거래”라는 말은 중립적인 정보라기보다 세입자에게 “지금 당장 안 아끼면 나중에 낙오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에 가깝다.

연구자들은 4주 뒤 실시한 후속 설문(Follow-up)에서도 기대치가 유지된다는 점을 들어 ‘단순 앵커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믿음의 변화라기보다 “전문가가 그렇다니 계속 그렇게 믿어야 할 것 같은” 인지적 일관성, 혹은 실험자 수요 효과(Experimenter Demand Effect)가 작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2. 숫자가 ‘너무’ 크다: 3개월 뒤의 마법?

가장 의구심이 드는 지점은 결과의 크기다. 세입자의 집값 상승 기대치는 약 1.4~2%p 움직였는데, 소비는 7.1%나 급감했다. 이를 거시경제학의 일반적인 소득 효과 계수로 환산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시계열 데이터다. 총 응답자 2516명 중 세입자(463명), 그중에서도 이사 계획이 있는 417명의 소비 감소만 유의미했는데, 이 효과는 설문 직후가 아니라 3개월 차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4주 뒤 후속 설문에서 기대치가 유지되었으니 처치 효과가 지속된 것이라 자평하지만, 정작 소비 데이터는 그보다 늦게 반응했다는 점이 묘하다. 어쩌면 실험 참가자들이 한 달 동안 ‘나는 집값 상승에 대비해야 하는 성실한 경제 주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학습했고, 그 학습된 불안이 3개월 뒤의 소비 절벽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하는 심리적 관성의 증거가 아닐까?

또 저자들은 여러 가정을 동원해 이 수치가 “합리적(plausible)”이라 설명하지만, 모든 세입자가 10년 내 주택 구매를 목표로 현재 소비를 1:1로 줄인다는 가정 역시 작위적이다.

3. 스캐너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는 것

실제 지출 데이터인 NielsenIQ를 썼으니 정교하다고 하겠지만, 스캐너 데이터는 주로 식료품 같은 ‘비내구재’에 한정된다. 전체 소비의 25%도 안 되는 품목에서 7%가 줄었다고 해서, 전체 소비가 그만큼 줄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만약 이걸 곧이곧대로 전체 소비의 7.1% 감소라고 해석한다면, 이건 너무나도 거대한 소비 절벽이다.)

오히려 실험에 참여했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미래를 염려하는 합리적 경제 주체인지를 증명하려고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저가 품목 위주로 구매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내 생각: 방법론의 세련됨이 실체를 가릴 때

이 논문이 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좋아할 만한 “집값 기대가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매력적인 메시지를, 최신 유행하는 설문 실험과 스캐너 데이터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이와 같은 방법론의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지만, 나는 ‘결과가 매력적인 방향으로 나와야 출판되는’ 식의 연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이런 연구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사람들은 집값 상승의 정보를 잘 받았지만 소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나왔다면 AER에 나왔을까?)

의향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의향의 변화는 행동 변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잘 안 와닿는다면 우리가 매년 연초에 운동, 금연, 독서 등 원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상기해 보자.

그래서 처치(전문가 의견 한 줄)가 가져온 거대한 효과(소비 7% 변동)는 놀랍다. 이를 보편적인 법칙으로 해석하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잘 짜인 연구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