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어떻게 당신의 성적(과 통장)을 갉아먹는가
흑인 튜터의 조언은 ‘덜’ 듣는다? 보수주의자의 무의식적 손해
The Color of Knowledge: Impacts of Tutor Race on Learning and Performance
by Vojtěch Bartoš, Ulrich Glogowsky, and Johannes Rincke (CESifo Working Paper, 2025)
We demonstrate that racial biases against tutors hinder learning. In e-learning experiments, U.S. conservatives are more likely to disregard advice from Black tutors, resulting in reduced performance compared to learners taught by white tutors. We show that the bias is unconscious and, consequently, does not skew tutor selection. In line with a model of selective attention, we find that conservatives spend less time processing information from Black tutors.
차별이 나쁘다는 건 도덕의 영역이다. 하지만 차별이 비효율적이고 나에게 손해라는 건 경제학의 영역이다.
이 논문은 미국 내 보수 성향(Conservative) 학습자들이 흑인 튜터에게 배울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실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흑인 튜터의 가르침을 무의식적으로 ‘패싱’했고, 그 결과 성적도 떨어지고 실험 참가비(보상)도 덜 챙겨갔다.
실험: 튜터를 고를 땐 공평하게, 배울 땐 차별적으로
연구진은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논리 퍼즐을 푸는 과제를 줬다. 참가자들은 퍼즐을 잘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튜터의 조언(Tip)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튜터의 인종(백인 vs 흑인)을 무작위로 노출했다. (얼굴을 보인 게 아니고, 화면에 보이는 팔 색깔로 보여줌)
흥미로운 점은 차별의 타이밍이다.
- 튜터 선택 단계 (Selection): “누구한테 배울래?”라고 물었을 때는 흑인 튜터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Statistical discrimination이나 대놓고 하는 차별은 없었다는 뜻)
- 학습 단계 (Interaction): 막상 튜터가 배정되고 조언을 주기 시작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보수 성향 참가자들은 백인 튜터가 주는 팁은 잘 받아서 퍼포먼스가 좋았지만, 흑인 튜터가 주는 똑같은 팁은 대충 듣거나 무시했다. (보수주의자들의 학습능력이 일반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없음. 그랬다면 백인 튜터가 주는 조언을 통해서도 퍼포먼스가 낮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음.)
데이터 상으로 보면, 이들은 흑인 튜터의 설명 화면에 머무르는 시간(Attention) 자체가 짧았다. 즉, “저 사람 말은 들을 가치가 없어”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정보 처리를 꺼버린 셈이다.
그 결과: 성적 하락 (Learning Gap)
정보를 귓등으로 들으니 당연히 성적이 나올 리가 없다. 흑인 튜터에게 배운 보수주의자들은 백인 튜터에게 배운 경우보다 퍼즐 정답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진보 성향(Liberal) 참가자들에게서는 이런 격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실험은 인센티브가 걸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잘 풀면 돈을 더 주는데도, 내재된 편견이 정보 습득을 방해해서 결국 자기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총평
보통 차별을 논할 때 “기회의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흑인이 채용이 안 되거나 승진에서 밀리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정보 수용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편견을 가진 사람은 훌륭한 정보원이 눈앞에 있어도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특히 이 과정이 무의식적(Unconscious)이라는 점이 무섭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튜터를 고를 때 차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막상 ‘지식’이 전달되는 순간, 뇌의 필터가 흑인 화자의 말을 중요하지 않은 정보(Spam)로 분류해버린 것이다.
결국 편견은 남을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